아마추어 사회학도의 블로그

이십대 초반에 읽었던 <진보집권플랜>이라는 책을 다시 꺼내든다.

요즘 핫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와 오연호의 대담을 묶은 책이다.

 

글쎄. 금수저는 진보하면 안 되냐고?

 

프리드리히 엥겔스라는 사람이 있다. 칼 마르크스의 평생의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 사회주의 사상가이자 혁명가였던 엥겔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자본가 계급'이었다. <엥겔스 평전>을 읽든, 엥겔스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든, 자본가로서의 계급적 위치와 지향하는 삶에 대한 간극을 두고 외적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 장면이 항상 등장한다. 그렇지만 이백년이 지난 지금 엥겔스를 두고 자본가는 노동계급의 해방을 외칠 수 없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없다. 엥겔스는 자신의 삶을 통해 증명했기 때문이다. 진보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조국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것뿐이다. 온갖 의혹에도 빡세게 버티는 걸 보면 검찰과의 싸움도 빡세게 버틸 것 같긴 하다. 그냥. 진보라는 단어를 보니 괜히 한 마디 하고 싶어서 끼적거린다.

 

ps 1. 후보자께서는 본인이 기계적 유물론자가 아니라 하셨던데. 차라리 기계적 유물론자였다면 자신의 계급적 위치에 대해서 한번 더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뻘생각도 드네.

 

ps 2. 이건 진짜 뻘소린데, 스티븐 제라드가 만약 제라드가 아니라 훔바훔바였다면, 이라는 얘기가 웃음을 줬던 것처럼 만약 조국이 아니라 훔바훔바였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

요즘 우리 사무실에 종종 내려오는 공문.

이런저런 고충과 개선방안 한두 줄~한두 페이지로 제안하란다.

의무적으로.(...)

하루만에.(...)

이런 공문이 꽤 자주 온다.

 

물론 나는 초짜라 고민이 짧고

신입이라 말해도 되는 것과 말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모르고

토박이가 아니라 지역을 잘 모르므로 내가 내는 아이디어는 질문만 있고 고민의 깊이는 없는 수준이다.

 

다만 사무실 내 다른 동료들이 내는 아이디어를 보면 짧은 시간 내에 쥐어짠 것이 분명함에도 꽤 퀄리티 있는 결과물을 내곤 한다. 역시 이런 짧은 과제물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일상 속의 고민이라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공문과 올라가는 아이디어 페이퍼들과 이어지는 회의들을 보면서 드는 질문도 있다.

 

혼자 아이디어를 쥐어짜지 않고 여럿이 머리를 모으면 더 다양한 의견과 피드백이 나오지 않을까?

 

하루가 아니라 여러 날을 주고 결과물을 내도록 하면 더 깊이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수많은 직원들이 업무 와중에 수시로 올려 보내는 이 아이디어들은 실제로 몇 개나 현실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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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