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사회학도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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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의 일부가 수록된 가제본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교양이란 무엇일까요. 신간 <교양 고전 독서>의 저자 노명우 교수님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글을 시작해봅니다. 자본주의 경제의 초창기에 칼 맑스는 세상을 노동과 자본의 대립과 착취로 바라보았습니다. 반면 오늘날의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게 분화하여,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는 손쉽게 착취의 구조에 복무하게 됩니다. 우리는 스스로 깨닫지도 못한 채 인종을, 여성을, 장애인을, 외국인 노동자를 고민없이 차별하고 착취하고 소외시키며 사회의 톱니바퀴를 굴려나가고 있습니다. 서 있는 곳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는 법이라, 어느새 기득권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진입하고 있는 우리는 기를 쓰고 스스로를 성찰해야 겨우 좋은 삶의 끄트머리에 닿을 수 있습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소망을 갖고 <교양 고전 독서> 속 노명우 교수님이 준비한 고전들을 함께 읽어 보고자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을 사는 것인지, 잘 살기 위해 필요한 품성은 무엇인지 논의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개인이 좋은 삶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좋음을 실현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 질문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개인의 좋은 삶을 타인의 좋은 삶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공정함과 우정을 통해, 서로의 삶을 좋은 삶으로 만들 수 있는 질서를 만들어 사회적 탁월함을 달성하자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시선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로 이어집니다. 마케도니아의 정복 군주 알렉산더의 가정교사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교과서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일리아스>에는 수많은 인물과 삶의 태도가 존재합니다. <일리아스>의 등장인물들은 영웅이 되고자 하는 욕망에 따라 트로이 전쟁에 나섭니다. 영웅다움의 핵심은 명예입니다. 신과 달리 필멸의 운명을 타고난 인간은 이름을 후세에 남겨 불멸의 존재가 됩니다. 그렇다면 작중 용기, 절제, 온화, 재치, 친애, 진실성 등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했던 중용의 기준에 부합하는 영웅은 누구일까요. 저는 아킬레우스를 꼽고 싶습니다. 전쟁에 나서면 죽는다는 예언, 즉 개인의 손해를 감수하고 전쟁의 승리라는 공공의 명예를 획득하는 존재, 친구를 죽인 적에게 분노했으나 결국 적에게도 공감하고 연민하는, 변화하고 성숙하는 존재로서의 영웅 아킬레우스야말로 자신의 결함을 넘어 개인적 탁월함과 사회적 탁월함을 달성해 가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무깟디마>의 저자 이븐 칼둔의 관심사는 ‘문명은 어떻게 흥하고 망하는가’였습니다. 이븐 칼둔에게 권력자는 ‘아싸비야’를 갖고 사회조직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고 이끄는 사람입니다. 아싸비야는 ‘사회적 유대’ ‘협력’ ‘집단에 대한 애정과 연민’ ‘노동윤리’ 등 사회자본을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이븐 칼둔은 이러한 아싸비야가 등장하고, 유지되고, 소멸하는 과정으로 문명의 흥망을 설명합니다. 이븐 칼둔에게 사회적 탁월함은 아싸비야라는 기준을 통해 달성되는 것입니다.

 

<교양 고전 독서>에 소개된 고전들을 함께 읽어나가며 저는 교양이란 단어를 자주 ‘기준’이라는 단어로 치환해 읽었습니다. 어떤 삶이 좋은 것인지, 어떤 사회를 추구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과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는 전문지식의 종류가 너무 많고 길이가 방대하여 우리는 이를 모두 판별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삶과 사회와 정치에 영향을 끼치는 이러한 전문지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에게는 이를 판단할 기준이 필요하며, 이는 교양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교양이 정립되지 않을 때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가진 평등한 개인과 민주적인 사회는 위기에 빠지며, 우리는 호기심과 자기성찰, 사색과 숙고, 동료 시민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대로 세상을 설명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열두 권의 고전을 통해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 어제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 노명우 교수님의 <교양 고전 독서>를 함께 읽어 나가기를 권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