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사회학도의 블로그

0. 전조증상

 

지난주 금요일 쯤에 굉장히 피곤한 날이 있었다. 출근하자마자 너무 피곤해서 퇴근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이미 코로나 증상이었을 수도 있고, 그건 아니지만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을 거라는 짐작은 가능하다. 나의 경우에는 월요일부터 목이 깔깔한 증상이 있었다. 자가격리 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해보기는 했지만 음성이 나와서 목이 깔깔하거나 기침이 나와도 그냥 감기라 생각하고 계속 일상 활동을 했었는데, 어제 수요일 새벽 자다가 목의 불편함 때문에 잠에서 깼다. '혹시 코로나인가' 생각하기는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보니 또 불편함이 사라져서, 단지 아침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툭 생각이 나서 자가진단 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해보았다. 한 줄이 나오는 걸 보면서 다시 식사에 열중하고 있는데, 잠시 뒤 고개를 돌려 키트를 쳐다보니 두 줄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는 것이다. 순간 인지부조화가 왔다. '양성이라고?' 이미 일고여덟 번 자가진단 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해본 경험이 있어 두 줄이 양성임을 모르지 않지만 혹시나 싶어 다시 설명서를 살피고서야 뇌정지가 왔다. '이제 어떡하지' 일단 사무실에 알렸다.

 

1. 신속항원검사와 격리

 

보건소에서 PCR을 받으면 다음날이 되어야 결과가 나온다고 해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5분이 지나야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대기하고 있는데 1분여 만에 이름을 부른다. 양성이란다. 그 자리에서 한숨이 나왔다. 약 처방을 받으러 갔다. 가족과 지인에게 알렸더니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약국 안에서 전화를 받았더니 약사님께서 밖에서 통화하라고 내보내신다.(죄송합니다. ㅠㅠ) 그제서야 내 처지가 피부로 느껴진다. 약은 이틀분을 처방받았다. 이틀 후 증상이 계속되면 비대면(전화 등)으로 처방을 받고, 자가격리 중에도 약국에서 약을 수령하는 것만은 가능하다고 한다.(물론 다른 활동을 하면 안된다.)

 

2. 격리 시작

 

나의 경우에는 코로나 역학조사가 폐지되고, 방역지침이 바뀔 때부터 두 달간 인구의 10% 이상이 감염되는 코로나 대유행이 올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내가 만약 어느날 갑자기 일주일 동안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되는 일이 현실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상상하면서 자가격리를 미리 준비하곤 했다. 보건소 업무 폭증으로 구호 물품이나 자가격리 세트 등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 집에 21끼를 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상시 구비하고, 증상별 감기약, 비타민 등 영양제, 체온계, 소독약 등을 미리 챙겨놓은 풍족한 자가격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집에 들어와 청소부터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집에서만 지낼 텐데 집이 더러우면 삶의 질이 떨어지니까. 이후에는 축구 경기를 보면서, 가끔 오는 업무 전화를 받으며, 주변인들의 걱정하는 전화를 받으며, 실내 자전거와 팔굽혀펴기 등 운동을 하면서, 책을 읽고, 식사와 간식 등을 뱃속에 우겨넣으며 하루를 보냈다.

 

3. 식사와 운동

 

오후 운동 - 팔굽혀펴기 30개 X 16세트 = 480개, 실내자전거 70분

저녁 운동 - 실내자전거 70분

 

점심식사 - 시리얼

오후간식 - 초코파이, 식빵

저녁식사 - 밥, 갈비탕, 계란후라이, 고등어구이, 땅콩조림, 김

저녁간식 - 단팥빵

 

운동을 병행하는 만큼 중간중간에 우유, 두유, 파워에이드, 우엉연근차 등으로 수분 보충에 특히 신경쓰고 있고, 영양 공급이 잘 되어야 빨리 나을 것 같아 식사와 간식도 풍족하게 먹는 중이다. 비타민 등 영양제도 식사 때마다 빼놓지 않고 챙겨먹고 있다. 코로나 확진될 때 제일 걱정되었던 것이 심폐지구력 등 운동능력이 하락하는 것이었는데 아직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토요일 오전과 월요일 밤에 축구경기를 뛰었는데 운동능력은 충분히 좋았다. 아직 운동능력의 하락을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단, 약 2700칼로리를 섭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체중은 72.4kg에서 70.8kg로 하락했다. 계속 영양보충 및 수분보충에 신경쓰며 계속 운동하고 추이를 지켜볼 생각이다.

 

3. 증상

 

목이 깔깔한 증상과 기침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있고, 초반에는 두통과 콧물도 약간 있었다. 열은 없다.(36.8도, 36.4도) 근육통도 없다. 오미크론도 사람에 따라 증상이 천차만별이고 죽을 뻔 했다는 사람부터 아무 증상도 없었다는 사람까지 증상도 다양한데 나는 경미한 편인 것 같다. 원래 고통에 둔감한 편이다. 다행이다. 계속 기록할 생각이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23940204

 

항일 독립투사이자, 당대의 국가대표 빨갱이(...)였던 주세죽의 일대기를 소설화한 손석춘 작 <코레예바의 눈물>을 읽었다. 몇 번 중간 부분까지 읽다가 끝까지 읽지 못하고 덮었는데 이번 기회에 끝까지 완독하게 되었다. 사실 읽으면서 주세죽의 캐릭터가 올드하고, 때로는 교조적이라 생각하며 읽었는데(주세죽의 수기를 발견해 출판한다는 작중 설정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 오히려 그 부분이 4부에 이르러서는 말년의 주세죽과 대비되어 강한 느낌을 남겨주기도 했다.

 

- 멋졌던 부분. 이정이 세죽에게 청혼하는 장면. 아마 작가는 이 장면을 쓰고 스스로 뿌듯했을 것이다.

 

- 깼던 부분. 이정과 주세죽이 밀항하는 배에서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는 부분. 그 인터내셔널가 가사는 80년대에 남한에서 만들어진 가사이고,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이 부르던 인터내셔널가 가사는 다른 가사이다. 고증 오류다.(박서련의 작품 체공녀 강주룡에는 제대로 된 당대의 '국제가' 가사가 나온다)

http://weirdhat.net/blog/archives/4434

 

심의 눈물

기분이 좀 그렇다. 공적인 자리에서만 수십차례는 얘기한 것 같다. 선거제도 바꾸는 게 다가 아니다. 선거제도 바꾸는 것 플러스 뭐가 있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뭐가 먼저 있지 않으면 선거제도 바꿔봐야 소용이 없다는 거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므로 제도를 바꾸면 누가 수혜를 얻는지 뻔히 아는데, 자신의 대의를 설득할 준비도 안 돼있고 그런 시도도 하지 …

weirdhat.net

"이 나라 엘리트 정치는 양당제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이번 선거가 보여줬다. 지역주의가 아니다(지역주의가 없다는 게 아니다). 정치적 맥락이 다른 두 개의 지역이 있고,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양당 중의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새삼 드러난 거다. 양당제의 일원이 되는 길을 거부하겠다면, 남은 길은 엘리트 정치의 바깥에서 대안을 만드는 것 뿐이다. 엘리트를 이기는 것은 대중의 힘 뿐이고, 그걸 하나로 모으는 것은 어찌됐든 대의명분이다."

- 링크 본문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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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 대해 공감가지 않는 글만 읽다가 처음으로 공감가는 글을 발견해 짧은 메모를 달아둔다. 어떤 정당이 꼭 집권하지 못하더라도 이 세상에 자유와 평등을 확대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십년 전의 무상급식 논쟁처럼 거대 정당이 내놓지 못하는 더 진보적인 정책을 내놓고, 목소리를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의 진보정당이란, 코로나를 무기로 착취와 탄압을 정당화하려는 자본가(때로는 그 사용자 집단은 대한민국 정부가 될 수도 있겠지. 과거 노동자를 위한 법률상담소를 운영했던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적인' 공무원 임금 반납과 연가보상비 삭감을 보라.)에 맞서 노동계급의 편에서 착취를 방어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온 세상이 코로나로 비명을 지른다. 그 중에서도 역병은 늘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덮친다. 누군가는 퇴근을 못 하고 누군가는 월급이 줄어들고 누군가는 직업이 없어진다. 진보정당도 목소리를 높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