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사회학도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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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 독립투사이자, 당대의 국가대표 빨갱이(...)였던 주세죽의 일대기를 소설화한 손석춘 작 <코레예바의 눈물>을 읽었다. 몇 번 중간 부분까지 읽다가 끝까지 읽지 못하고 덮었는데 이번 기회에 끝까지 완독하게 되었다. 사실 읽으면서 주세죽의 캐릭터가 올드하고, 때로는 교조적이라 생각하며 읽었는데(주세죽의 수기를 발견해 출판한다는 작중 설정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 오히려 그 부분이 4부에 이르러서는 말년의 주세죽과 대비되어 강한 느낌을 남겨주기도 했다.

 

- 멋졌던 부분. 이정이 세죽에게 청혼하는 장면. 아마 작가는 이 장면을 쓰고 스스로 뿌듯했을 것이다.

 

- 깼던 부분. 이정과 주세죽이 밀항하는 배에서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는 부분. 그 인터내셔널가 가사는 80년대에 남한에서 만들어진 가사이고,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이 부르던 인터내셔널가 가사는 다른 가사이다. 고증 오류다.(박서련의 작품 체공녀 강주룡에는 제대로 된 당대의 '국제가' 가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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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 눈물

기분이 좀 그렇다. 공적인 자리에서만 수십차례는 얘기한 것 같다. 선거제도 바꾸는 게 다가 아니다. 선거제도 바꾸는 것 플러스 뭐가 있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뭐가 먼저 있지 않으면 선거제도 바꿔봐야 소용이 없다는 거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므로 제도를 바꾸면 누가 수혜를 얻는지 뻔히 아는데, 자신의 대의를 설득할 준비도 안 돼있고 그런 시도도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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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엘리트 정치는 양당제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이번 선거가 보여줬다. 지역주의가 아니다(지역주의가 없다는 게 아니다). 정치적 맥락이 다른 두 개의 지역이 있고,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양당 중의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새삼 드러난 거다. 양당제의 일원이 되는 길을 거부하겠다면, 남은 길은 엘리트 정치의 바깥에서 대안을 만드는 것 뿐이다. 엘리트를 이기는 것은 대중의 힘 뿐이고, 그걸 하나로 모으는 것은 어찌됐든 대의명분이다."

- 링크 본문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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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 대해 공감가지 않는 글만 읽다가 처음으로 공감가는 글을 발견해 짧은 메모를 달아둔다. 어떤 정당이 꼭 집권하지 못하더라도 이 세상에 자유와 평등을 확대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십년 전의 무상급식 논쟁처럼 거대 정당이 내놓지 못하는 더 진보적인 정책을 내놓고, 목소리를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의 진보정당이란, 코로나를 무기로 착취와 탄압을 정당화하려는 자본가(때로는 그 사용자 집단은 대한민국 정부가 될 수도 있겠지. 과거 노동자를 위한 법률상담소를 운영했던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적인' 공무원 임금 반납과 연가보상비 삭감을 보라.)에 맞서 노동계급의 편에서 착취를 방어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온 세상이 코로나로 비명을 지른다. 그 중에서도 역병은 늘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덮친다. 누군가는 퇴근을 못 하고 누군가는 월급이 줄어들고 누군가는 직업이 없어진다. 진보정당도 목소리를 높여보자.

 

이십대 초반에 읽었던 <진보집권플랜>이라는 책을 다시 꺼내든다.

요즘 핫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와 오연호의 대담을 묶은 책이다.

 

글쎄. 금수저는 진보하면 안 되냐고?

 

프리드리히 엥겔스라는 사람이 있다. 칼 마르크스의 평생의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 사회주의 사상가이자 혁명가였던 엥겔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자본가 계급'이었다. <엥겔스 평전>을 읽든, 엥겔스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든, 자본가로서의 계급적 위치와 지향하는 삶에 대한 간극을 두고 외적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 장면이 항상 등장한다. 그렇지만 이백년이 지난 지금 엥겔스를 두고 자본가는 노동계급의 해방을 외칠 수 없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없다. 엥겔스는 자신의 삶을 통해 증명했기 때문이다. 진보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조국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것뿐이다. 온갖 의혹에도 빡세게 버티는 걸 보면 검찰과의 싸움도 빡세게 버틸 것 같긴 하다. 그냥. 진보라는 단어를 보니 괜히 한 마디 하고 싶어서 끼적거린다.

 

ps 1. 후보자께서는 본인이 기계적 유물론자가 아니라 하셨던데. 차라리 기계적 유물론자였다면 자신의 계급적 위치에 대해서 한번 더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뻘생각도 드네.

 

ps 2. 이건 진짜 뻘소린데, 스티븐 제라드가 만약 제라드가 아니라 훔바훔바였다면, 이라는 얘기가 웃음을 줬던 것처럼 만약 조국이 아니라 훔바훔바였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

요즘 우리 사무실에 종종 내려오는 공문.

이런저런 고충과 개선방안 한두 줄~한두 페이지로 제안하란다.

의무적으로.(...)

하루만에.(...)

이런 공문이 꽤 자주 온다.

 

물론 나는 초짜라 고민이 짧고

신입이라 말해도 되는 것과 말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모르고

토박이가 아니라 지역을 잘 모르므로 내가 내는 아이디어는 질문만 있고 고민의 깊이는 없는 수준이다.

 

다만 사무실 내 다른 동료들이 내는 아이디어를 보면 짧은 시간 내에 쥐어짠 것이 분명함에도 꽤 퀄리티 있는 결과물을 내곤 한다. 역시 이런 짧은 과제물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일상 속의 고민이라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공문과 올라가는 아이디어 페이퍼들과 이어지는 회의들을 보면서 드는 질문도 있다.

 

혼자 아이디어를 쥐어짜지 않고 여럿이 머리를 모으면 더 다양한 의견과 피드백이 나오지 않을까?

 

하루가 아니라 여러 날을 주고 결과물을 내도록 하면 더 깊이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수많은 직원들이 업무 와중에 수시로 올려 보내는 이 아이디어들은 실제로 몇 개나 현실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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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